신민호 변호사

검사도 떨어진 상고, 사실오인 주장으로는 왜 진걸까

1,9372026-05-10 11:58상태: publ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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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민사전문, 형사전문 법무법인 저스트 신민호 변호사입니다. 상고심을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법원까지 가면 처음부터 다시 봐주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대법원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상고이유서가 법률심의 언어로 쓰이지 않으면, 사건은 심리조차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 막막함이 얼마나 클지, 저도 충분히 짐작합니다. ## 대법원은 사실을 다시 따지는 곳이 아닙니다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법률심(法律審)입니다. 법률심이란 원심이 사실을 어떻게 인정했는지가 아니라, 그 판단 과정에서 법령을 잘못 적용했는지를 살피는 심급입니다. 쉽게 말하면, 대법원은 '증거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법을 제대로 적용했냐'를 따집니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헌법 위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해석, 중대한 법령위반 등이 없으면 더 나아가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률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5월 대법원 민사 본안 사건의 72.3%, 가사 본안 사건의 82.3%가 심리불속행(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기각하는 제도) 기각으로 종결됐습니다. 상고심 문 앞에서 돌아온 사건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신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이 같지는 않습니다만, 이 수치는 상고이유서 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 검사도 사실오인 상고는 기각됩니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은 이 점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사건에서 피고인 소변에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원심은 고의 투약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검사는 "원심이 증거를 잘못 봤다"며 상고했습니다. 직관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었음에도,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검사도 기각되는구나' 싶어 허탈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이 논리법칙·경험법칙에 따른 자유심증주의(법관이 증거를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다는 원칙)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단순히 '증거를 다시 봐달라'는 주장은 법령위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론은 상고기각이었습니다. 국가 소추권을 가진 검사도 "증거를 다시 봐달라"는 주장만으로는 기각을 피하지 못합니다. ## 법리오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고이유서에 "채증법칙 위반,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습니다"라고 적는 분들이 많습니다. 억울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그 억울함을 대법원에 전달하려면 다른 언어가 필요합니다. 대법원 1983. 5. 24. 선고 83도887 판결과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도5513 판결은 같은 취지로 판시합니다. 상고이유서에는 원심판결의 어떤 부분이 어떤 법령에 어떻게 위반되었는지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며, 단순히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라고만 기재한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요. 대법원은 "법리오해"라는 단어만 보지 않습니다. 어떤 법리를, 어떻게, 왜 오해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합니다. 원심판결의 특정 부분 → 적용되었어야 할 법리 → 원심의 오류 → 판결 결과에 미친 영향, 이 네 단계가 상고이유서 안에 명확히 담겨야 합니다. 마치 지도에 출발지와 목적지, 그리고 잘못 든 길을 함께 표시해야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보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 제출기한을 놓치면 내용은 의미가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9조는 상고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변론 없이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민사 사건에서 상고장에 이유를 적지 않았다면,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로이슈 보도에 따르면, 한 공사대금 사건에서 담당 변호사가 상고이유서를 법정기간 내 제출하지 않았고 대법원은 2021년 4월 15일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후 의뢰인이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12월 23일 위자료 1,500만 원 지급을 인용했습니다. 기한 하나가 얼마나 큰 결과를 부르는지, 이 사례가 잘 보여줍니다. 다만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62508 판결이 확인하듯, 재산상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이유서가 제때 제출됐다면 이겼을 것"임을 별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기한을 지키는 것, 그것이 상고심의 출발점입니다. 그 출발선조차 서지 못하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법원은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상고심을 앞두고 계신다면, 내 주장이 사실 재평가 요구인지 법령위반 지적인지 먼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방향 하나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고 계신 모든 분들께, 신중하고 정확한 한 걸음이 되시길 바랍니다. [본문 글자수: 약 1,510자]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담고 있으며, 구체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변호사 상담을 권합니다. #상고이유서 #상고심 #사실오인상고 #법리오해 #심리불속행기각